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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012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2011)/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김영사

by 온틀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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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강의: 물리학상 편 |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 - 교보문고

노벨상 강의: 물리학상 편 | 한권으로 만나는 위대한 지식의 탄생을 이끈 과학자들의 치열한 도전!21세기의 패러다임을 주도한 최근 30년 15명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삶과 핵심 이론을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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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분야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분야가 바로 물리학이었다.
물리학은 너무 추상적이고 계산만 많아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중학교 때도 다른 과학 분야와 달리 물리를 공부할 때만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물리학'이라는 말을 보고 경계심부터 들었다.
게다가 '노벨상 강의' 라니, 그리고 청소년도 아니고 '교양인을 위한'!
얼마나 어려운 내용일 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은 학교에서 준 과학추천도서 리스트의 책들 중 하나인데,
옆에 '수준이 조금 높음'이라고까지 쓰여 있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당연히 나는 "매우 수준 높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알 수 없는 용어가 천지였고, 문과인 나로서는 
다른 학생들 보다 과학을 더 많이 공부했다고도 할 수 없어서,
전반적으로 참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어렵기만 한 책은 아니었다.
책 내용은 1983년부터 2008년까지 
노벨상 수상자들 중 몇 명을 추려 그 업적과 삶을 풀어놓은 것이었다.
다른 과학책들과 달리 이 책은 업적을 이룬 그 과학자의 삶까지 풀어놓았다.
그래서 과학적 지식은 물론,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 여러가지 교훈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이 나에게 가장 파격적으로 준 영향은 바로 
물리학과 지구/천체과학을 융합적으로 생각하게 해 준 것이었다.
사실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과학의 내용이 융합과학이다.
나는 1학기 내내 융합과학을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물리와 천체과학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발견한 내용을 보니,
대부분이 1학기때 배운 내용이었다.
즉 내가 배운 천체과학의 내용이 
사실은 물리학을 기반으로 발견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 여기서는 거대자기저항을 통한 디스크 용량 확대, 
집적회로의 발명을 통한 컴퓨터의 축소화 등
그들이 발견한 내용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설명해주었다.

심지어 우리가 사는 지구와 태양의 근본에 대해서까지 물리학이 설명해주고 있으니,
물리학을 추상적이라고 여겼던 나의 생각은 전혀 틀린 것이었다.

또 다른 교훈은 과학자들의 삶에서 얻을 수 있었다.
과학 실험이나 연구는 대부분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수행하게 된다.
또 연구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된다.
자신의 업적이 쌓일 수록 더 그렇다.

그 말은 과학자들에게 있어서 과학 자체의 지혜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의 '지혜'와 '인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평가되는 덕목이 아닐까?

경영이나 외교 뿐 아니라 과학에서조차
인격과 지혜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약한 힘을 지배하는 W입자를 발견한 카를로 루비아의 경우,
존 크리지 교수는
"그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지적 능력이나 기술 혁신 이상의 것
(조직력과 관리 능력, 나아가 사회적 공감대)이 요구된다.
루비아는 열정과 설득력, 카리스마를 갖춘 덕분에 
그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

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경쟁 상대인 다른 팀을 이기기 위해 
그 팀의 논문 출간이 혼선을 빚게 만들었다.
그의 삶에 있어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이다.

지위가 높아질 수록 더 높은 인격이 요구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정말로 맞는 말 같다.
오히려 과학적 업적 그 자체보다 인격이 더 높이 평가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한의사라는, 
어쩌면 나중에 연구직을 할 수도 있는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성과 실력을 넘는 '인격'을 기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라듐을 발견하는 과정을 특허를 내지 않고 인류를 위해 공개한 마리 퀴리처럼 말이다.

어려운 책이었지만 나름대로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소중한 깨달음을 많이 얻은 책이었다.
또 이 책의 저자가 일본 연구소라 그런지 몰라도 일본 물리학자들이 몇 명 나왔는데,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칼 위먼은 지금 물리교육이라는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데,
학생들이 서로 토론을 해 해답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토론식 교육환경이 전반적으로 조성된다면 
노벨 물리학상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것 말고 생리의학상 편도 꼭 보고 싶다
(내가 생물을 가장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다만..).
또 조심스럽게, 한의학계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하고 바란다.
그 중에 내가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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