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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012

대지(2003)/펄 벅/문예출판사

by 온틀 2023.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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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 펄 S.벅 - 교보문고

대지 | 빈농으로 재산을 모아 대지주가 되는 왕룽과 그 일가의 역사를 그린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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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중국어과 숙제로 중국 관련 추천도서 읽기가 있었는데,
그 때 나누어준 추천도서 리스트의 책 중 하나가 펄 벅의 <대지>였다.

물론 <대지>를 처음 접했던 때는 몇 년 전이었다.
외가댁 서재에는 엄마와 이모 삼촌이 보던 명작집이 있었는데,
거기 있던 책을 살펴보다가 이모가 <대지>를 추천해 주셨다.
자신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며 다른 책보다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외가댁에 있던 시간이 짧아 도입부밖에 읽어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사실 겨울방학 때 <대지>를 읽으려고 빌렸지만 방대한 두께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미루다 미루다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이 책을 다시 빌린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게 첫 인상만큼 이 책이 두껍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절대 두껍지 않고, 읽는 내내 <대지>라는 세상에서 살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에서 오랜 시절을 보내고, 영어보다 중국어를 먼저 배운,
그야말로 반 중국인인 사람이어서, 이 책을 읽을 때도 전혀 서양인이 쓴 듯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중국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지>가 중국에서도 히트를 쳤는지 궁금하다.

책 내용은 왕룽이라는 중국 농부의 생애를 다룬 것이었다.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에서 일하다가 대지를 사서 부자가 되고,
노년이 되어 두 아들들에게 대지만은 팔지 말라는 당부를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작가는 <대지>를 통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뚜렷하게 떠오르는 주제가 없었다.

솔직히 나는 작가가 어떤 교훈을 주거나 주장을 펼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가진 서양인들이 있는데, 작가가 살던 당시에는 그게 더 심했을 것이다.
중국을 제대로 접하지도 못한 사람들이 오해를 갖는 것을 보고 작가는 중국에서 직접 산 사람으로서
적어도 사람들이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알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쓴 것 같다.
그래서 농부, 부자, 거지, 상인, 학자, 매춘부 등 다양한 인물을 작품에 쓴 이유는
작가가 최대한 중국에 대해 폭넓게 알려주고자 그렇게 썼던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소재는 단연 '대지'이다.
왕룽은 자신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대지를 끝까지 지키려고 하지만 아들들은 팔려고 한다.
여기서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많은 시사점을 생각할 수 있다.
전통을 지키라는 내용일 수도 있고, 자신의 근본을 끝까지 생각하여 잊지 말라는 뜻일수도 있다.
또, 펄 벅으로서는 어버이의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한 그리움이
자신도 모르게 대지를 통해 표현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해설에는 '영구한 요소들에 의해서 인간의 존재성이 빚어진다'는 
현실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다른 건 다 변해도 대지는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모두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변함 없는 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결국 서양인이나 동양인이나 다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서양이나 동양이나 땅을 소중하게 여긴 것은 똑같다.
<대지>를 지은 시기가 1930년대 전후이므로
당시 혼란스러웠던 세계의 상황, 제국주의와 식민사회를 보면서 작가도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대지>는 가볍게 다 읽었으면서도 주제를 찾자면 참 어려운 책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사실 <대지>이후 2부작이 더 있는데, 들어보니 대지를 다 팔고 비극적으로 끝나서
그냥 <대지>만 읽고 끝내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읽기로 했다.

한 사람의 인생기를 읽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대지>라는 세계에 살면서 한 인생을 산 것 같다.
대지라는 소재를 봐서든지, 왕룽이라는 사람을 봐서든지,
아니면 이 책 전체에 비춰진 중국이라는 나라를 봐서든지 
이 책은 정말로 여러가지를 말해주고 있어서
독자별로 느낀 바가 진짜 여러가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생각을 하든, <대지>는 그 자체로서 마음에 남겨두기 좋은 책이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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