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이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재미있는 도형이 있어서,
또는 그림이 있어서일 것이다.
글만 가득한 과학책은 생각만 해도 질린다.
이것이 과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과학책을 멀리하거나 가까이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의 저자 홍성욱 박사도
옛날에 그림이 하나도 없던 과학책을 읽으며 애를 먹었던 때를 생각하며
온갖 과학 관련 미술작품들과 과학자들의 그림 및 도식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과학적 사실보다 과학사에 중점을 두어 설명한 이 책은
과학책이라기보단 역사책, 미술책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확실히 글로 배우는 것보다 그림으로 배우는 것이 이해가 잘 되었고
기억을 떠올리기도 쉬웠다.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과학 관련 미술품들에서 볼 수 있는 상징들이었다.
물론 다른 미술 작품에도 시대적, 종교적,개인적 상징이 반영되어있기 마련이지만
과학과 관련된 상징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에서는 그림 속 여러 개의 기둥 중
브라헤와 코페르니쿠스의 기둥만 맨들맨들한 새 기둥으로 묘사해 놓고
다른 기둥은 옛날 것으로 묘사해 놓았는데,
그것이 그 화가가 브라헤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다른 과학자들보다 선진적이고 옳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단순히 라부아지에와 그 부인을 그려놓은 그림에서도
둘의 시선 차이를 가지고
라부아지에가 부인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과학적 사실 자체와 관련된 도식 또한 흥미로웠다.
그 중에는 갈릴레이가 20배율의 초기 망원경을 가지고
실제 달의 표면과 비슷한 수준으로 달을 묘사한 그림이 있어서 매우 놀라웠다.
알고보니 갈릴레이는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원근법과 명암의 표현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화가나 마찬가지였던 사람이었다.
그 내용을 읽으니, 예술과 과학의 융합,
문과와 이과의 융합이 얼마나 놀라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깨달았고
나에게 있는 예술적 재능이 현재 학업의 주된 내용과 별 관련이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홍성욱 박사도 본격적으로 과학 관련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바로 미술을 하는 아내를 만나서였다고 한다.
미술을 통해 과학을 보고, 미술과 과학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도 가치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깊이있게 깨달은 것은 어떤 두 학문의 조합도 엉뚱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조금 쓸모없어보이는 지식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는 것.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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