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글러, 익숙한 이름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쓴 스위스의 사회학자이다.
사실 그 책도 정말 읽고 싶었는데 읽지 못했다.
<빼앗긴 대지의 꿈>은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내 꿈은 WHO WPRO의 전통의약부서에서 근무하는 국제기구 직원.
국제기구라면 세계의 빈곤과 사회문제를 아우르는 중추기관이 아닌가?
내가 그런 곳을 들어가려면 당연히 빈곤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꿰뚫고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주저하지 않고 읽게 되었다.
빈곤 문제,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 실상을 외면하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잘 몰랐다.
이 책은 그런 내 머릿속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주는 중요한 책이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서양의 식민역사, 전쟁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
우리는 그런 내용을 그저 지식으로 취급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것을 내 살갗으로 느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인들은 그들을 파괴하고 지배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또는 그들에게 적반하장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악마들이었다.
그런 내용을 서양인인 장 지글러가 썼다니 매우 고무적이었다.
스위스가 중립국이어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개발도상국은 정말 '잘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화로 서양 문물과 식량이 들어오자
그들은 자신들의 식량과 물품을 제대로 팔 수 없었다.
세계화의 득을 보고자 했던 지배층들은 독재를 서슴지 않았고,
빈부격차는 커져만 갔다.
나이지리아의 새 수도 아부자의 경우 수도의 중심지는
호화로운 호텔과 수영장, 극장 등으로 가득했지만
문 하나를 두고 그 너머는 온갖 쓰레기와 판잣집이 넘쳐나는 빈민촌이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나라는 한두 나라가 아니며 지금까지도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다.
볼리비아도 몇년 전까지 마찬가지 상황이었지만,
남아메리카 최초 인디언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가 취임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서양 민영 기업이 운영하던 석유, 광산, 전기 등의 기반산업들은
에보의 치밀한 계획 아래 하나 둘씩 공영 기업이 되어 국고를 급속도로 채워주었다.
그의 개혁들을 설명하는 페이지는 이 책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즉 장 지글러가 개발도상국의 빈곤 극복 성공사례로 매우 강력하게 내미는 사례인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결국 개혁적인 지도자가 빈곤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일까?
물론 그런 지도자가 아직 나오지 않은 국가들은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국제기구도 서양 국가들의 입김이 센지라,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정말 안타깝다.
내가 국제기구 직원이 된다면 그런 현실이 조금이나마 개선되었으면 좋겠고,
나 또한 개인적으로라도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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