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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012

빌리 밀리건(2007)/대니얼 키스/황금부엉이

by 온틀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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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밀리건 | 대니얼 키스 - 교보문고

빌리 밀리건 | 내 몸과 마음속에 24명의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면?1977년 납치와 강간 혐의로 기소됐다가 다중인격장애와 정신이상으로 무죄 혐의를 받은 '빌리 밀리건'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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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말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 발표 수업 준비를 하다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알게 되어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예전에 어떤 게시판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빌리 밀리건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어
그 때부터 책을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실화를 다루고 있다.
1977년 한 대학에서 연달아 두 번 강간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이 조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범인은 빌리 밀리건이라는 잘생긴 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빌리 밀리건은 정신 이상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저명한 정신과 의사 여럿이 빌리 밀리건을 연구하고 치료했고,
해리성 정체 장애를 겪고 있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 결과 밀리건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그 이후로 계속 병원에서 정신 치료를 받게 되었다.

해리성 정체 장애란 다중인격장애로 
한 사람에게 여러 인격이 존재하는 정신 질환이다.
밀리건은 24개나 되는 인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인격들은 모두 나이, 성별, 국적, 언어, 성격 등이 제각각이었다.
이 정체장애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겪은 
새아버지의 폭력과 성적 학대를 겪어서 생긴 질환이었다.

놀랍게도 한 인격이 겪은 일은 다른 인격이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았다.
중간 중간에 깨어난 핵심 인격인 진짜 빌리 밀리건은 
자신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아 
자살시도도 계속 했다.

다행히 나중에 그의 이야기를 쓰려는 작가(이 책의 저자)에게 
'선생'이라는 융합체(모든 인격을 만들고 다스린 사람)가 모습을 드러내고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사실을 알려준다.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밀리건은 이후에 지속적인 치료로 완치가 되어 
해리성 정체장애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이 병명을 들었을 때는 막연한 무서움이 일었다.
우선 몇 개의 인격이 한 사람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 비현실적이었고 
흔한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스토리였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니.

하지만 책을 계속 읽어보자, 빌리 밀리건에 대한 측은지심이 절로 생겨났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계부의 학대로 인한 상처가 
자신의 삶을 그렇게까지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여느 정신 질환과 마찬가지로 이 병도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보호받지 못해 스스로를 분열시킨 것이었다.

한 편으로는 이 이야기가 사람이 끝없이 고통받으면 
어떤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준 예 같다.
물론 의식적으로는 죽고싶은 마음이겠지만 그 무의식은 계속 살아가고 싶고,
그러나 현실을 더이상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대신할 누군가를 세워두고
원래의 나는 죽은 듯 자게 되는 것이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이 병은 현대에 와서 생긴 것 같다.
100여년 전부터 알려져 왔다고 하니 그리 역사가 긴 병도 아니다.
100여년 전이면 전쟁이 한창이고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충격받고 상처를 받았을까.
그 때부터 이 병이 생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내 생각엔 해리성 정체 장애는
현실의 문제점, 고통받는 약자에 대한 무관심을 조금이라도 살펴달라고 외치는
약자들의 아우성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정신분석학적 지식과 인간이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빌리 밀리건이 나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이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랑받지 못한 그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었으면 좋겠다.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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