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권장도서 겸 수행평가를 맞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각 대학 교수님들이 조선시대의 모습 중 하나씩을 정해 그에 대해 설명하거나
이야기를 해 주는 식으로 책이 짜여져 있었다.
한 주제 당 5~7쪽으로 짧아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에 읽을 때는 생소한 한자어와 어려운 어휘가 많이 나와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내용 자체가 흥미로워서 계속 읽었다.
그 동안의 국사 교과서와 한국사 관련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심화된 내용이나 구석구석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또 한 양상에 대해 이렇게만 생각했던 것을 저렇게도 생각하게 해 주고,
교과서에서만 공부하면서 평면적이게 생각했던 것을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게 해 주었다.
<향약은 지방자치의 원형이었을까>라는 장에서는
지방 사족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유향소와 향촌의 법규인 향약 등에 대해 설명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향약을 양반이 대부분 장악하고 시행했던 만큼 신분에 따른 처벌 정도가 매우 차이가 나
사실상 향약이 교화라는 명분 아래 향촌민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즉 향약 자치는 양반이 지역사회에서 양반이 권세를 장악하게 하는
불법적인 침학 도구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향약을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새로웠다.
향약은 양반도 좋아하고 일반 백성도 환영하는 그런 법규인 줄 알았는데
일반 백성이 그것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고도 하니
역사에 관한 사건이나 양상을 볼 때 절대 한 각도로만 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조선시대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장에서는
강화도의 간척사업에 대해 그림과 함께 나와있었다.
나는 간척사업이 적어도 광복 이후부터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조선시대부터 간척사업이 있었다고 하니 놀랐다.
조선시대와 현대의 간척지 조성방법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더 알고싶다.
조선시대 술과 주막에 관한 글에서는 <기노세연계도>라는 그림이 있었는데
길에서 술을 파는 주모와 술에 취해 땅에 엎드린 남자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보여주고 있었다.
옛 그림에 이렇게 재미있는 모습들이 나타난다니!
옛 그림과 현대의 그림을 내가 너무 동떨어지게 여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조선시대의 그림을 생각하면 산수화, 사군자 이런 것만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용 중에 병점(餠店)이 수원의 '떡전거리'라는 뜻이라는 말이 나와 있었는데,
이처럼 현대의 지명에도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으니
각지의 지명 뜻만 알아도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이렇게 책에 나온 그림자료에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는데,
<득중정어사도>에서는 군인들이 조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그 동안 군인들이 창이나 칼을 들고 있는 모습만 보아와서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모습에 대해 내가 굉장히 낮게 평가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조선시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은 참 재미있었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국사를 공부로 받아들여 어렵고 재미없게만 느낀다.
나도 사실 국사라고 하면 암기로 뒤덮인 공부라고 여길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계기로 국사는 전혀 재미없는 것이 아니며,
현대와 연관있는 부분이 많아 마음가짐만 다르게 바꾼다면
정말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이렇게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국사 책을 많이 읽으면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도 지면에 나온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생각하게 해 줘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시험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어 감사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 못했을 것이니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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