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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013

큰발 중국 아가씨(2006)/렌세이 나미오카/달리

by 온틀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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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발 중국 아가씨 | 렌세이 나미오카 - 교보문고

큰발 중국 아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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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방학을 한 어느 여름 낮 
학교 도서실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족에 대해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정말 재미있고 뿌듯한 책이다!'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1학기 영어 원어민 수업시간에 읽을 두 번째 책인 
'Ties that Bind, Ties that Break'가 바로 이 책의 원서이다.
읽을 원서를 선정할 적에 이 책을 한 번 훑어보고 
단박에 이 책이 '큰발 중국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운좋게도 이 책이 전교생의 투표에 의해 앞으로 읽을 원서로 선정되었다.

타오 아이린은 중국 난징의 어느 부잣집의 셋째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뛰어다니고 장난치기 좋아하던 아이린은 
둘째언니가 보여준 전족에 충격을 받고 전족을 하기를 거부한다.
이후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아버지 덕분에 
할머니와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린은 전족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전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혼을 맺었던 한웨이 도령과 파혼하게 되고
대신 아버지의 후원으로 미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매킨토시 공립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아이린은 에일린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지식과 영어를 익힌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학교를 떠나야 했고, 
대신 길버슨 선생님의 집에서 개인교습을 받으며 배움을 계속 한다.
하지만 가장이 된 큰아버지는 아이린을 첩으로 보내려고 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아이린은 
길버슨 선생님의 지인인 워너 부부의 집의 보모로 들어간다.

2년 후 안식년을 맞아 워너 부부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자 
아이린도 따라 미국으로 갔고,
가는 길에 배에서 제임스 추라는 식당 영업자를 만나 후에 결혼한다.
시간이 흘러 열아홉살이 되었을 때 아이린은 우연히 식당을 찾은 한웨이를 만난다.
한웨이는 더 기다린 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한탄했지만 
아이린은 지금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고,
특히 전족을 하지 않은 자신의 큰 발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책은 작가가 전족을 거부한 자신의 어머니를 모티프로 해서 
지은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매우 짜임새 있고 흡입력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 <인체의 신비>전이 열렸었는데,
실제 인체를(죽기 전에 동의를 받고)부패방지약품을 바르고 
다양하게 전시해 놓은 전시회였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관이 바로 전족에 관해 설명해 놓은 관이었다.
거기에서 본 한 할머니의 발은 내 손바닥 보다 작았다.
어떻게 이런 발로 걷고 살았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지금은 없어진 풍습, 전족. 
요즘 사람들이 생각해보면 전족은 끔찍하기 짝이 없는 풍습이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새로운 형태의 '전족'이 우리 사회를, 여자들을 얽매고 있다.
발가락의 변형을 불러올 정도로 위험하지만 계속 신고 다니는 하이힐이나, 
정도가 지나친 성형 등은 21세기형 전족이라 불릴 만 하다.
이런 것들은 일부는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아예 관습으로 굳어져, 
오히려 이것을 행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타오 아이린은 남들이 다 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을 택했다.
그 시대에는 '아웃사이더'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지만 
지금의 관점으로는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한 신여성의 행동으로 판단된다.
우리 시대에도 이런 신여성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겉치레를 많이 할 것처럼 보이는 
세계의 심장 뉴욕에서 이런 신여성적 행동이 나타난다.
흔히 말하는 '뉴요커'들은 정장을 입고 하이힐을 신는 것이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많이 걸어야 하는데 발이 아파서.
남들이 그들에게 뭐라고 하면 그들은 '내가 편하자고 신는 것인데, 무슨 상관이냐'면서 반박한다.
그들의 이런 개성은 아웃사이더가 아닌 멋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다수가 가는 방향이 바른 방향이라고 믿고 
그 쪽으로 가는 것을 안정적이게 여긴다.
하지만 꼭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족도, 하이힐도, 성형도 태초의 인간에게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시대를 앞서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은 사실 의미없는 것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리고 그것에 당당해지는 것이다.
아이린과 뉴요커들처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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