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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012

BANKSY WALL AND PIECE(2009)/뱅크시/위즈덤피플

by 온틀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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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sy Wall and Piece 뱅크시, 월 앤 피스 - 예스24

대영박물관, 런던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뉴욕 현대예술박물관 등에 차례로 자신의 작품을 몰래 `도둑전시`했던 아티스트 뱅크시에 관한 책이다. 그는 얼굴을 가리는 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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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을 좋아하는데 
미술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아 
도서관에서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려 했다.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은 표지부터 화가의 얼굴이 모자이크가 되어있어 나의 흥미를 끌었다.
책에 나온 그림들도 예사롭지 않았다.

저자는 뱅크시라는 영국의 거리예술작가였다.
'테러 아티스트'라는 무시무시한 별명도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작품은 내가 알던 그래피티와 약간 달랐다.
그냥 꼬불꼬불한 글자를 벽에 화려하게 그려놓고 가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스라엘이 세운 팔레스타인 장벽에 
아이의 그림이나 해변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아주 먼 곳에서 바닥에 그려진 흰 선을 따라가면 
벽에 그려진 근위병이 나오도록 한 신기한 작품도 있었다.
또 구석진 벽이 아닌 다리 위에다, 거리의 감시카메라 옆에다 
과감히 작품을 전시해 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호수 한가운데 방사능 표지판을 세워놓기도 하고,
루브르 박물관에 자신의 그림을 살짝 걸어놓고 나오기도 했다.
정말 처음 보는 희한한 작가였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탈'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심오한 주제들이 숨어있었다.

가령 폐허 속의 소녀 그림은 폭력과 전쟁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고,
<아프리카의 피크닉>이라는 작품을 통해 
인종이기주의와 같은 불의한 세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이렇게 단순히 재미로 끝나지 않는 그의 작품의 가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뱅크시의 작품이 그려진 거리를 아예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뱅크시는 왜 하필 벽과 거리라는 수단을 사용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벽과 다리와 신호등 등은 일부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살다 보면 자주 지나치게 되는 일상적인 공간이다.
또 미술관처럼 돈을 내고 찾아가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일상적인 공간에 변화가 생기면 파장은 더 커진다.
확실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무것이나 그려도 제약이 없다.

뱅크시는 하루하루 같은 일상을 살아가며 폭력, 전쟁, 가난 등과 같은 
심오한 생각을 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나마 자각의 창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지워야 하는 귀찮은 존재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무심하던 머리와 가슴에 뜨끔하는 바를 안겨줄 것이다.

예술은 그래서 가치가 있고, 그래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온 감명깊은 말 중 하나는 주스농장의 한 노인이 말해주었다는
'예술은 당나귀를 얼룩말로 바꾸어 그리는 작업이다.'라는 말이다.
뱅크시는 벽이라는 평범한 물체, 즉 당나귀를 얼룩말로 꾸민 사람이기도 하고,
뉴스나 신문에 진부하게 서술된 여러 이야기들(이것 또한 당나귀이다)을
그림 한 폭이라는 더욱 함축적인 수단을 이용해 새롭게, 
또는 충격적이게 (얼룩말로)승화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잘 그린 예술, 작가가 보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그린 그림도 물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생각을 예술로 마음껏 펼치면서도 
사람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그림이야말로
안팎으로 가치있는 예술이 되지 않을까?

책을 보면서 그래피티라는 장르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래피티 그리는 방법도 나와 있었다),
뱅크시의 그림에 나온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 가졌던 그래피티에 대한 미심쩍은 선입견이 
책 말미에서는 완전히 없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만큼의 거리예술 문화가 발달한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예술가들도 뱅크시처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면서
우리네 삶에 자연스럽게 그 생각을 침투시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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